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자의 눈] 축제가 된 상의 선거

지난 20일 열린 LA한인상공회의소(LA상의)의 선거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2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일부 이사들에게는 생애 첫 선거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LA상의 회장은 대부분 추대 형식으로 선출돼 취임했다. 경쟁자가 등장한 경우에도 협의를 거쳐 단독 출마로 조율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현 회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다수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혔고, 한때는 삼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결국 두 명의 후보가 맞붙는 양자 대결로 압축됐고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오랜만에 경선이 이뤄진 만큼 우려도 없지 않았다. 선거 과정이 과열되어 비방전으로 번지고, 자칫 LA상의가 분열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실제로 선거 기간 중 각 진영은 일부 근거 없는 소문들로 인해 크든 작든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조직 전체의 분열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분열은 기우에 그쳤다.   선거가 치러진 5월 정기이사회에서는 양측 후보 모두 차분하고 진정성 있게 정견을 발표했고,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타 한인 단체들에서 가끔 벌어지는 결과 불복 사태는 이번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된 정상봉 이사가 “다른 한인 단체들의 모범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도, 앞으로도 상의가 단합된 모습을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회의장에는 실시간 개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돼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한 표 한 표 셀 때마다 이사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고, 선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축제처럼 느껴졌다. 당선이 확정되고 나서의 모습도 훈훈했다. 당선된 정상봉 이사 측은 경쟁자인 김지나 이사의 연설이 정말 멋졌다고 이야기했고 김지나 이사 측은 승리에 대한 축하를 건넸다.   이런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최근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의 대선 양상을 떠올리게 됐다. 갑작스럽게 치른 대선이었고 선거 과정상에서 잡음은 물론 후보토론회에서도 서로를 비방하는 날카로운 말들과 입에 담지 못할 단어들도 오고 갔다.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장면이었지만 많은 유권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에 비교한다면 LA상의의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바람직한 민의 표출이었다.   LA상의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동완 회장을 비롯한 제48대 회장단이 시작한 다울정 보수 작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 한인사회의 위상에 걸맞은 공간으로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차기 회장단이 공약으로 내세운 이사 간 소통 강화, 지속 가능한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세대 간 멘토링 세션 운영 등도 충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다.   2026년과 2028년에는 LA에서 월드컵과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만큼 이에 대비해 ‘한인사회의 얼굴’이 되는 단체 중 하나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축제가 열리는 LA에서 한 축을 차지하는 한인사회가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LA상의는 불확실한 경제 흐름 속에서 한인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경기 침체와 정책 변화가 이어지는 지금, 상공인들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실질적인 전략과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타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한인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원희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축제 선거 선거 과정상 선거 기간 이번 선거

2025-05-29

[글로벌 아이] 유권자를 겁주는 선거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6일 알링턴에서 열린 민주당 후보 테리 매콜리프의 유세장을 찾아갔다. 지원 연설을 하러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에 서자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지율 40%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대통령이었지만, 저마다 휴대전화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과연 현직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연설에선 그 프리미엄을 좀처럼 살리지 못했다. 시작부터 자신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섰던 장본인으로 소개하더니, 매콜리프 역시 “트럼프의 졸개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경제가 좋아졌다고 자랑하다가도 결국은 “트럼프 때보다 낫다”는 말로 귀결됐다. 연설이 끝나고 유세장을 나서는데, 머리에 남는 이야기는 온통 ‘트럼프’뿐이었다.   매콜리프 후보 본인도 선거 기간 내내 공화당 경쟁 후보인 글렌 영킨을 “면바지 입은 트럼프”라고 불렀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영킨이 양복 대신 후리스 조끼에 면바지를 입고 다니며 소탈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 걸 비꼬면서도 트럼프와 일체화시킨 것이다.   그러는 사이 영킨 후보는 자기 정책에 집중했다. 식료품세 인하를 공약을 걸고, 학부모 사이에서 민감한 비판적 인종이론(VRT) 교육이나 코로나19 휴교령을 폐지하겠다며 중도·보수의 마음을 샀다.   여유있게 앞서다 지지율을 턱밑까지 따라잡힌 매콜리프와 민주당은 급기야 ‘무적의 논리’까지 꺼내 들었다. 보수적인 지역 언론들이 허위 주장을 전하는 바람에 자신들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안 된다며, 불리해진 상황을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사실 트럼프는 영킨이 거리 두기를 하면서 정작 버지니아 땅을 한번 밟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의 망령과 싸웠다. 그리고 텃밭이던 버지니아에서 참패했다. 뉴욕타임스는 상대 후보가 당선되면 트럼프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른바 ‘트럼프 공포 전술’에 치중한 게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유권자를 겁줘서 투표소로 오게 할 순 없다. 표를 던질만한 이유를 줘야 한다”는 게 진보성향 정치전략가 트레이스턴의 이야기다.   한국도 이제 본격적인 대선에 접어들었다. 지금 한창 상대 후보에 특정 이미지를 덧씌우고, 유권자를 겁주는 데 치중하고 있는 캠프가 있을지 모른다. 나름의 선거 전략이라고 할 순 있겠지만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가 미리 보여준 셈이 됐다. 김필규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글로벌 아이 유권자 선거 선거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 후보

2021-11-10

[J네트워크] 유권자를 겁주는 선거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6일 알링턴에서 열린 민주당 후보 테리 매콜리프의 유세장을 찾아갔다. 지원 연설을 하러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에 서자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지율 40%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대통령이었지만, 저마다 휴대전화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현직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연설에선 그 프리미엄을 좀처럼 살리지 못했다. 시작부터 자신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섰던 장본인으로 소개하더니, 매콜리프 역시 “트럼프의 졸개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경제가 좋아졌다고 자랑하다가도 결국은 “트럼프 때보다 낫다”는 말로 귀결됐다. 연설이 끝나고 유세장을 나서는데, 머리에 남는 이야기는 온통 ‘트럼프’뿐이었다.   매콜리프 후보 본인도 선거 기간 내내 공화당 경쟁 후보인 글렌 영킨을 “면바지 입은 트럼프”라고 불렀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영킨이 양복 대신 후리스 조끼에 면바지를 입고 다니며 소탈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 걸 비꼬면서도 트럼프와 일체화시킨 것이다.   그러는 사이 영킨 후보는 자기 정책에 집중했다. 식료품세 인하를 공약으로 걸고, 학부모 사이에서 민감한 비판적 인종이론(VRT) 교육이나 코로나19 휴교령을 폐지하겠다며 중도·보수의 마음을 샀다.   여유 있게 앞서다 지지율을 턱밑까지 따라잡힌 매콜리프와 민주당은 급기야 ‘무적의 논리’까지 꺼내 들었다. 보수적인 지역 언론들이 허위 주장을 전하는 바람에 자신들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안 된다며 불리해진 상황을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사실 트럼프는 영킨이 거리 두기를 하면서 정작 버지니아 땅을 한번 밟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의 망령과 싸웠다. 그리고 텃밭이던 버지니아에서 참패했다.     뉴욕타임스는 상대 후보가 당선되면 트럼프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른바 ‘트럼프 공포 전술’에 치중한 게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유권자를 겁줘서 투표소로 오게 할 순 없다. 표를 던질만한 이유를 줘야 한다”는 게 진보성향 정치전략가 트레이스턴의 이야기다.   한국도 이제 본격적인 대선에 접어들었다. 지금 한창 상대 후보에 특정 이미지를 덧씌우고, 유권자를 겁주는 데 치중하고 있는 캠프가 있을지 모른다. 나름의 선거 전략이라고 할 순 있겠지만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가 미리 보여준 셈이 됐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유권자 선거 선거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 후보

2021-11-09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